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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니백을 향한 여정

샤랄라 첫 샤넬 카드지갑 세탁기에 돌린 후기

내가 처음 패션잡지 볼 때 샤넬은 뭔가 엄청 부잣집 싸모님들이 드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의 샤넬은 정말 어려진 것 같다. 예쁘고 어린 언니들이 착착 들고 다니는 거 보면 넘 머싯써. 근데 가격은 결코 어리지 않은 게 문제.
 
대학생 때 한국에서 샤넬 전시회도 간 적이 있었다. 뭐 느낀 거라면 샤넬이 이쁘긴 겁나 이쁘다. 그리고 명품 뽐내기용으로 사고 싶은 마음 반, 디자이너 샤넬의 작품으로 하나쯤 소장하고 싶은 마음 반 느꼈었다. 하지만 그때 당시에 나한텐 엄두도 안나는 돈이라서 나중에 돈 벌면 사야지 하고 마음 접었었는데, 지금 가격 보면 그냥 그때 살 걸 그랬다. 어떻게 천만 원이 넘냐. 어렸을 때 무리해서 사가지고 샤테크라도 할걸.
 
아모턴 온라인에 많이 보이는 샤넬템 중 하나가 중지갑이나 카드지갑. 
 

 
강도당한 경력이 있는 자로써 저런 거 들고 다니다 털리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있어서 덥썩 못 산거도 있었음. 
 
어느 날은 포틀랜드에 가게 되었는데 거기 사는 친구가 샤넬을 미리 구매대행해 주겠다는 아주 솔깃한 제안을 하였다. 오레곤주는 세일즈 텍스가 없어서 샤핑하기 참 좋은 곳인데 그만큼 다들 오레곤 들른 김에 다 사가느라 물건이 항시 없는 게 문제. 아이쇼핑 좋아하는 친구가 백화점 구경 가서 물건 있을 때 사두면 나는 개이득이란 이야기. 통장 잔고를 보니 가능할 거 같아서 아주 고맙게 수락했다.
 
중지갑이냐 카드지갑이냐가 다음 문제였는데, 가방과 지갑은 항시 따로 들고 다녀야 하는 관계로 (강도 트라우마) 바지 뒷포켓에 쏙 들어갈만한 카드홀더로 친구한테 요청을 하였다. 가능하다면 은장이였으면 좋겠다고 부탁했었다. 가격은 기억 안 난다. 2021년 연말쯤이었는데 사백불인가 오백불 사이였을 거다.

 
포장도 졸라 이뻐.
이때 언박싱 하는 내 모습을 친구가 찍어줬는데 헤벌레 하고 있음. 근데 정작 카드지갑 찍어둔 사진은 없음. 아마도 실물보고 헤벌레 하느라 안 찍은 것 같다.
 
신나가지고 이 포장 그대로 들고 엘에이까지 와서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님.
 
그리고 너무 주머니에 항시 들고 다닌 탓인지 아님 내가 멍청한 탓인지 이 지갑을 바지주머니에 넣고 세탁기를 돌려버렸다. 그나마 다행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건조기 돌리기 전에 찾아내긴 했는데 완전 쭈글탱 되어서 나왔다. 거의 타원형이였었다. :( 규짱한테 보여주니까 진짜 박장대소했음. 짝퉁 사 왔냐고 엄청 놀리고. :((
 
눈물을 머금고 꼬박 2박 3일을 그늘에 말렸다. 진짜 엄청 속상했따. 아직 덜 자랑했는뎅.... 그래도 말리니까 형체는 제법 다시 네모나게 돌아왔다. 모퉁이가 자꾸 쭈그러들길래 카드 넣고 말리고 빼고 말리고를 반복했었음.

 
현재 상태.... 많이 좋아진 상태여서 걍 들고 다님. 사이즈는 진짜 딱이다. 면허증 하나, 카드 두장, 쿠폰 한두장, 캐쉬조금 들어간다. 그리고 바지 뒷포켓에 넣어도 걸리적거리지 않고, 미니백들 안에서도 자리차지 안하고, 무엇보다 넘 이쁨. 빨아서 찐따 되었어도 이쁨.

그래두 취업하면 장지갑으로 살 것 같다. 그래야 모르고 빨아버릴 일은 없겠지. 어휴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