미국 살면서 강도를 당한 적이 있당. 헿헤.
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는 아메리칸 어패럴 보라색 백팩에 (당시 레어템) 물티슈 한 바가지 넣어서 들고 다니던 보부상이었던 것 같음.
강도당한 이후, 트라우마로 한동안은 가방을 안 들고 다녔다. 멋쨍이 가방들이 지천에 깔려있어도 거들떠도 안 봤음.
가방이 필요할 때는 강도당하기 싫어서 에코백만 덜렁덜렁 들고 다녔었다. 지갑도 일부로 큰 거 사지 않고, 카드홀더만 바지 엉덩이 주머니에 꽂고 다녔었다. 가방은 털려도 지갑은 안 털리고 싶어서... 제대로 생긴 백은 멋 부릴 때 매는 크로스백 하나만 있었었음. 아울렛에서 백이십불 정도 주고 샀던 레베카밍코프 백. 이십 대 중후반 사진 보면 저 가방 하나밖에 없따. 지금 찾아보니까 envelope백이라고 그르네.
꽤 오래전에 산 가방이어서 요새 유행과는 조금 동떨어져있겠지만 당시에는 메고 나가면 주변에서 많이 언급해 줬었다. 한국친구들은 이쁘다고 이거 미국에서 얼마냐고 물어봤었고, 미국 사는 친구 하나는 zippery 가방이라고 기억해 줬었다. 암튼 아무 옷이나 잘 어울렸다고 생각함.
지퍼 디테일 들어가서 너무 밋밋하지도 않았다. 근데 또 지퍼가 너무 나대지 않아서 좋았었음.
레베카밍코프가 보고 있으면 뭐랄까 약간 락시크를 많이 추구하는 거 같음. 내 취향을 많이 저격하지만 나는 락시크 말고도 다양하게 갖고 싶어서 더 이상 레메카밍코프에서 구매를 하지는 않았었다. 근데 여기저기서 보이면 열심히 살펴보기는 한다.
이렇게 납작해 보여도 메인수납, 뒷포켓, 그리고 앞포켓까지 있고 옆지퍼도 내리면 쩰리 한 봉지 넣으면 딱 들어갈 만큼 공간이 더 생긴다. 어깨끈도 탈부착 가능해서 클러치로도 사용가능하지만 떼서 쓴 적은 없다.
나이가 먹고 강도트라우마가 가라앉으면서 이가방저가방 다 들고 다니느라 더 이상 사용하지는 않는다. 팔아버리려고 포쉬마크 올리려고 사진도 다 찍어놓고 보내기 아쉬워서 말았음. 사용감도 있어서 잘 팔릴 것 같지도 않았고. 장롱에 짱박혀있긴 하지만 내 이십 대 후반을 함께 보낸 가방이라 정이 많이 붙었다. 잘 보관해두면 언젠가 다시 꺼내 쓰겠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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